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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외국인 공무원 임용" 정책을 환영하는 미주 중앙일보 사설

* 이 글은 인수위의 정책에 대한 비판보다는 (물론 문제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일부) 재미 한인동포들의 생각을 비판하고자 한 것임.

"한국 공직사회 개방 마땅하다" (2008. 1. 23)

미주 중앙일보의 오늘자 사설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외국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동포들에게 한국 정부의 고위공직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고, 신분만 외국인일 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재외동포의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므로 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안보와 보안 기밀에 관계되는 분야를 제외하고 외국인을 임용할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키로 한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 결정을 우리는 환영한다. 국회에 제출된 이 개정안이 확정되면 미국 시민권을 보유한 한인도 얼마든지 장.차관 등 한국 정부의 고위공직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중략)...
반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국가 정체성.윤리 등을 기대할 수 없고 조직 내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등 외국인 임용에 대한 반대도 거센 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반대는 전 세계 700만 명의 재외동포들에겐 적용될 수 없다.
...(중략)...  
그들은 신분만 외국인일 뿐 분명한 '한국인'이다.
...(중략)...
공직 사회에 외국인 임용을 허용하는 개정안은 반드시 국회를 통과 시행돼야 한다.

인수위의 '외국인의 공무원 임용'제안이 이 사설의 주장처럼 외국시민권을 가진 재외동포를 염두에 둔 생각인지 아니면 재외동포 집단이 인수위의 제안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논리적으로 그럴듯 해 보여도 원칙적으로 동의하기 힘든 주장이다.

물론 나도 미국에 사는 재외동포들을 보면 설령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분명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한국의 월드컵 게임이열려도 미국 한 복판에서 한국을 응원할 사람들이다. 그래도 문제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부의  '국가 공무원' 자격이다.  

영주권자로 아직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영주권자의 한국 국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에 대해서는 정확히 몰라 이 글의 비판 대상이 되는지 안되는지 모르겠음) 이미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우리나라의 국가 공무를 집행한다는 것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FTA같은 국가간의 이익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그 사람은 어느 국가의 입장을 취해야 한단 말인가? (실제로 여기서 비지니스를 하는 재미 한인들은 FTA 타결시이곳 한인들이 많이 쓰는 한국제품을 싸게 들여올 수 있다며 좋아한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또 미국 시민권자로 한국에 각종 기밀문서를 한국대사관에 넘겼다는 이유로 미국정부로부터 간첩협의를 받고 수감당한 사건('로버트 김 간첩사건')도 생각해 보자.

또 한 가지 우리나라 국민에게 상당히 민감한 병역문제가 걸린다. 유승준은 물론이고 사회 지도층의 자제들이 합법적으로 병역을 기피한 방법이 미국 시민권 취득 내지는 한국국적 포기이다. 실제로 미주 한인 언론에는 시민권 또는 영주권자가 귀국했다가 징집 당했다는 내용이 기사화되기도 한다. 미주 중앙일보의 또다른 사설을 보자. (시민권 또는 영주권자의 '억울한 징집'을 막을 병역법 개정을 환영한다는 내용)
[사설] 병역법 개정 추진 환영한다 (2004. 12. 29)

그런데 이들이 나중에 경쟁력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시 우리나라의 공무원으로 중요한 정책을 집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은 모순 아닐까?  국민의 의무는 무시하고 재외동포의 권리만 주장하는 그런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박쥐'같은 주장 아닌가?

끝으로 미국시민권을 취득하면서 하는 시민권 선서(Oath of Citizenship) 내용을 보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시민권 신청서(N-400)에 다음과 같은 시민권 선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 시민권 선서내용: 클릭하면 크게 보임)


본인은 서약에 붙여, 본인이 지금까지 신민 또는 시민으로 속하였던 국외의 모든 군주, 지배자, 국가 또는 주권에 대한 모든 충성과 신의를 절대적으로(Absolutely) 그리고 완전하게(Entirely) 포기(Renounce)하며 부인함(Abjure)을 이에 선서한다:
- 미 합중국의 헌법과 제 법률을 지지하고 이를 국외와 국내의 모든 적에 대항하여 방어할 것을 선서한다.
- 그에 대한 진실한 믿음과 충성을 견지할 것을 선서한다.
- 법이 요구할 때는 합중국의 이름으로 무장할 것을 선서한다.
- 법이 요구할 때는 합중국의 군대에서 비전투 복무를 이행할 것을 선서한다.
- 법이 요구할 때는 민간의 지휘하에 진행되는 국가적 중대사에 동참할 것을 선서한다.
- 이러한 의무를  미련이나 회피할 목적 없이 본인이 자유 의사로 택함을 선서한다.
그러니, 신이여 도와주소서.

포기한 것은 (아쉽더라도) 정말 깨끗이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비록 신분은 미국 시민권자일지라도 한국의 성장과 발전을 바란다면,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그 마음을 가지고 한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