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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100% 민자사업 경부운하, 제대로 이해하자.

차기 이명박정부가 경부운하사업을 100% 민자사업으로 하겠다고 한다.  이 말을 얼핏 들으면 경부운하사업은 민자사업(민간투자사업의 줄임말)이므로 정부예산이 하나도 안 들어가는 사업이라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말에는 함정이 있다. 즉, 건설과정(이명박정부의 집권기간)에서는 정부예산이 안 들어갈 지 몰라도 민자사업의 특성상 건설비용을 회수하는 운영기간에는 엄청난 정부예산(즉, 국민의 세금)이 투입될 수도 있다. (자기 임기 후라 나 모르는 일이라 우긴다면 어쩔 수 없다.)

우선 '민자사업'에 대해 간단히 이해해 보자. 민자사업은 민간투자법에 정의된 44개의 국가나 지자체가 국민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건설해야 하는 국공립시설을 정부의 예산이 아닌 민간 기업체가 투자하여 건설하고 운영하고 향후에 정부에 귀속시키는 사업이다 (BOT(Build-Operate-Transfer)방식의 경우).

사업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정부고시사업과 민간제안사업이 있는데 정부고시사업 사회간접자본시설과 관련된 중장기 계획, 국가투자사업의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사업으로 타당성 조사결과 민간의 참여가 가능할 정도의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주무관청이 지정하는 사업을 말하며,  민간제안사업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에 공고되지 않았거나 주무관청이 민간투자대상사업으로 지정 공고하지 않는 사업을 대상으로 민간부분이 제안하여 추진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경부운하는 정부고시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칙적으로 민자사업은 건설과 운영에 정부예산을 투입하지 않는다. 따라서 건설후 운영과정에서 민간사업체가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해당시설의 이용요금을 통해 건설비용 및 운영비용을 회수하게 된다. 이용요금은 건설당시 예상된 수요(이용자 수)에 근거하여 산정된다. 총연장 36.6km의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통행요금이 100km가 넘는 서울-대전 고속도로 통행요금과 비슷한 이유가 그것이다.

운영과정에 정부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건설 전에 예상한 수요가 건설 후의 실제수요를 상회할 경우에만 한한다.
그런데 여태까지의 민자사업 시행결과를 보면 실제수요가 예상수요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외국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다시 민자사업으로 건설되어 운영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의 예를 보자. 지금 현재 실제수요는 예측수요의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처럼
실제수요가 예측수요에 못 미칠 경우 정부와 민간사업자간에 체결한  계약(실시협약)의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 조항에 따라 정부는 민간사업체가 수요의 부족으로 인한 운영수입의 적자를 일정정도  메꿔줘야 한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는 건설사들이 애초 예측한 추정 수입보다 실제 운영 수입이 적을 때 정부가 세금으로 그 차액의 일부를 보상해주는 제도다. 과거에는 예측수요의 90%까지를 보장해 주었는데 최근에는 그 기준이 낮아졌다고 한다. 이 제도는 예측수요는 100인데 실제 수요가 50이면 90까지 보장하기 위해 나머지 40의 이용료 부분을 정부의 재정(즉, 국민의 세금)으로 민간업체에게 '그냥' 주는 제도다. (한겨례21 : 민자사업의 15년 '흡혈' 역사)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를 믿고 민간사업체는 사업계획서에서 일반적으로 수요를 과대예상하여 제시한다. 왜 민자사업체는 수요를 '뻥튀기'할까? 첫째, 수요가 많아야 통행료나 이용료를 낮게 책정할 수 있다. 민자사업은 수익자부담원칙을 들어 실제 이용자로부터 그 비용을 회수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용료가 비싸면 누가 이용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수요를 높게 예측해서 이용료를 낮추어 다른 경쟁수단과 비슷하거나 약간 비싸게 한다.  둘째,  앞에서 언급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실제 수요가 예상수요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운영업체는 정부가 정부예산으로 보장하게끔 되어있는 수입을 예상하고 수요를 예상한다. (지금까지의 민자사업이 정부가 사업체가 제시한 수요를 검토하고 조정하였음에도 예상수요에 못 미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경부운하, 정말 경제성이 있는지 평가하려면?

이명박 당선자는 "100% 민자사업이므로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당장 나올지 2~3년 걸릴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스케줄이 없다."고 했단다  (뉴스보기)

어느 경우에 민간이 스스로 제안하여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겠다고 할 것인가? 당연한 얘기지만 민간(자본)은 수익성이 있는 곳으로 움직인다. 즉, 사업성(적어도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사업에 뛰어들지 않으며 수익성(투자한 자본 이상의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야 민간 스스로 제안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사업성 내지는 수익성이 있으려면 충분한 수요가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경부운하 태스크포스(TF)팀에서는 경 부축 물동량의 80%가 운하를 통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단다. 단언하건대, 절대 그 예측치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면 과거 우리나라의 아니 다른나라까지 포함해서 민간투자사업의 예측수요와 실제수요를 비교해 보라고 답하고 싶다. (인터넷을 통해 실제자료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직접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이는 진짜 기자들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요즘엔 경부운하 찬성쪽에서도 물동량의 고속도로에서 운하로의 전환에 자신이 없는지 물동량의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얘기보다는 관광자원으로서의 운하를 언급한다고 한다.

이처럼 건설후 향후 수요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면 민간사업체를 끌어들일 수 있는 미끼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다. 정말로 이명박정부가 경부운하사업에 사업성이 있어 민간업체가 자발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를 폐지하라. 그 외의 직간접적인 보상정책도 제시해서는 안 된다 (경향신문: ‘대운하 변질’ 참여기업에 주변 개발 수익보전 논란). 그래도 민간의 투자의사가 있다면 경제성이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경부운하는 (정부가 직접 건설하지 않는다면) 전혀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반증이 되고 자연스레 포기해야 할 사업이다.

무엇보다 경부운하 사업은 일단 해보고 (땅 다 파헤쳐보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그만 해서는 안 될 사업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밀어부쳐' 사업은 더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