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현-주은이네 이야기/John's Story

공휴일인데 학교를 가겠다는 아이

오늘은 미국에서는 퇴역군인(베테랑)의 날(Veteran's Day)로 공휴일이다. 그래서 아침에 모처럼 게으름을 피우며 늦잠을 잤다. 종현이도 평상시와 달리 8시쯤 일어나 (평상시에는 7시 기상) 늘 하던대로 TV를 켜고 TV 만화를 보기 시작한다. 아침을 먹고서도 한참을 보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 묻는다.

"아빠, 나 오늘 학교 안가?"
내가 되물었다. "오늘 가는 거 같아? 안 가는 것 같아?"
(잠시 생각하더니) "가는 것 같아."
(모른 척하며) "그런데 왜 준비안하고 TV만 보고 있어?"
"아빠가 오늘 알람도 안 해줬잖아."
(어떻게 반응하나 싶은 생각에) "그럼, 늦었으니까 빨리 준비하고 가자."
"버스 벌써 갔잖아."
"아빠가 태워다 줄께."
(걱정이 되는 듯) "늦으면 Office(교무실)가서 Permit 받아야 하는데..."
"그건, 아빠가 알아서 할테니까 빨리 준비해."

그래서 뒤늦게 부랴부랴 학교갈 준비를 하는 종현...(그걸 즐기는 못된(?) 아빠..)
학교 가는 차안에서도 한 번 더 물어 보았다.
"지금 가면 쉬는 시간이니까 괜찮을거야. 그런데 오늘 학교 가는 거 맞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응..그런 거 같아"

학교에 다 도착하니 차가 딱 한 대 보인다. 그때부터 종현이도 뭔가 이상하다는 눈치다. 운동장에 뛰놀고 있어야 할 아이들이 하나도 안 보이니까...
"아빠, 이상해. Playground에 애들이 하나도 없어."

아무튼 내려서 교실쪽으로 가는데 교실 밖에 아이들 가방 걸어두는 곳에 아이들 가방도 하나도 안 보인다. 그래서 종현이를 데리고 교무실로 갔다. 잠겨있는 문에 붙어있는 안내문...종현이보고 읽어보라고 시켰다.

"November 11th, 2007.
 We are closed in observance of Veteran's Day."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종현아, 선생님이 오늘 학교 안 오는 거라고 얘기 했어? 안 했어?"
"음...안 한 거 같아."
" (아이고, 답답해.) 정말?"
(자신 없어하며) "음...잘 모르겠어."
"종현이, 너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 잘 안 듣는구나?"
"......"

오늘 아침의 이 해프닝은 종현이가 학교가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건지,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을 제대로 안 듣고 다니는 건지 아빠에게 고민하게 만들어 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