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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CK's Story

'졸업식 음식'에 대한 추억

지난 주말 이곳 학교의 졸업식이 있었다.  한국과 달리 졸업식이 매년 이맘 때 한 번 있는 관계로 가을학기에 정식으로 모든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사람들은 미리 졸업식에 참석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우선 졸업식부터 하였다. 곧 졸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정식졸업이 아니고 '사진을 위한' 졸업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한국에서는 늘 겨울 끝무렵 졸업식을 해서 그런지 좀 덥겠다는 생각뿐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졸업생들의 복장도 한국처럼 양복, 정장 일색이 아니라 그냥 캐주얼에 샌달신고 와서 가운만 걸친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각설하고, 졸업식 끝나고 늦은 점심(졸업식이 1시에 시작해서 3시쯤 끝남)을 먹으러 가면서 그동안 졸업식을 마치고 가족들과 (혹은 혼자서라도) 먹었던 음식들이 생각나서 정리해 보았다.

- 초등학교 졸업식: 짜장면 (혹은 자장면)
이 맘때쯤 설날(당시 구정)이 있었는지 부모님은 모두 시골에 가셨고 (춘천에서 전라도까지 가려니 가신 김에 다른 분들도 만나고 오시느라 1주일  이상 다녀오시곤 했다) 그래서 큰 형만 졸업식에 왔었다. 날씨도 좀 쌀쌀하고 눈발이 좀 날렸던 것 같다. 아무튼 무뚝뚝한 남자 둘이서 무슨 사진을 찍겠는가. 그래서 졸업사진 한 장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음식은 큰 형이 준 용돈으로 짜장면을  혼자서(!) 먹었다.

- 중학교 졸업식: 닭갈비
아버지가 중3 여름방학 때 돌아가셨는데 초등학교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하셨으니까 결국 아버지는 이 아들의 졸업식에 한 번도 참석을 못하신 셈이다. 어머니와 큰 형 내외와 닭갈비를 먹었다. 춘천이 닭갈비로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날 처음으로 닭갈비를 먹었다. (내가 어려서는 음식을 좀 가린 편이었던 것 같다.)

- 고등학교 졸업식: 돈까스
어머니와 동생이 졸업식에 왔었고 당시에 유행(?)하던 경양식 집에서 '칼질'을 했다. 다행히도 이날이 내가 돈까스를 처음 먹은 날은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처음이셨던 것 같다. 집에 오셔서 무슨 음식을 조금씩밖에 안 주냐고, 먹은것 같지도 않다고 하셨으니까..

- 대학교 졸업식: 갈비
대학교 졸업식은 가족들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친구들이 이학교 저학교 순례하며 졸업식을 치렀던 것 같다. 학교마다 졸업식 날이 조금씩 달랐고 집이 지방이다 보니, 밤마다 자취하는 친구집으로 혹은 여관으로 돌아다니며 술마시며 지냈던 졸업식...내 졸업식에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두 큰 형님이 하시던 갈비집에 가서 '갈비'를 뜯었다.

- 대학원(석사) 졸업식: 일식 (회)
이 때는 취업, 결혼, 졸업을 순서대로 같은 달에 다 했다. 즉,  '새 신랑 졸업생'이었다.  그래서 이 날은 친구들보다는 가족들 위주의 모임이 되었다. 양가 식구들 모여서 일식집에 가서 회를 먹었다.

- 대학원(박사) 졸업식: 햄버거
미국 땅에서 하는 졸업식. 또 정식으로 졸업하는 것도 아니기에 한국의 가족들도 부르기 뭐해서 아내와 아이들만 데리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졸업식 마친 시간도 어정쩡하고 저녁에 교회도 가야하고 해서 멀리 가지 못하고 그냥 학교 앞의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를 먹었다.  

짜장면으로 시작해서 햄버거로 끝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