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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

아이들은 언제부터 빈부의 차를 느끼게 될까?

오늘부터 이 학교(UC Irvine)는 1주일간의 짧은 봄방학이다. 그런데 종현이가 다니는 학교는 물론 얼바인 교육구 (Irvine Unified School District)의 초중고는 4월 부활절 이후 1주일동안 봄방학인 관계로 종현이는 학교에 갔다 왔다. 보통 때 같으면 학교를 마치면 UCI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프로그램(Extended Day Care)에 가서 있다가 오후 5시쯤 되서야 집으로 돌아오는데, 오늘부터 1주일은 아빠가 방학인 관계로 종현이와 주은이도 방과후 프로그램(Extended Day Care)과 어린이 집 프로그램을 다니지 못한다. 센터 자체가 방학은 아니고 아빠나 엄마가 UCI학생인 가족의 자녀에 한해서다.[각주:1]

그래서 오늘은 종현이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11시 30분에 스쿨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정류장에 나가서 기다렸다가 종현이를 데려왔다. 버스에는 Extended Day Care에 같이 다니는 종현이 친구들이 모두(9명 정도) 타고 있었지만 종현이를 포함한 4명의 학생가족(저소득층) 자녀는 각자 부모가 데리고 나머지 아이들은 늘 그래왔듯이 Day Care Center의 선생님이 나와서 데리고 들어간다. 아빠 방학때마다 1주일 정도 늘 그래왔으니 종현이도 아빠 방학때는 다른 친한 친구들과는 달리 Day Care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종현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년 여름방학 때였던가 아내가 종현이에 대해서 해 준 이야기가 기억났다. 그 때도 방학인지라 학생가족의 자녀들은 오전 시간만 센터에서 지내고 집으로 가야하는 기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종현이가 가기 싫어하면서 울더란다. 엄마가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냥 울면서 "엄마, 알잖아." 그랬단다. 처음에는 왜 우는 지 몰랐지만 나중에 종현이가 한 얘기는 거기서 주는 점심을 먹고 또 친구들과 더 놀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슬퍼서 그랬다는 것이다.

또 종현이가 더 어렸을 때의 기억도 났다. 장을 보러 나간 김에 장난감 가게(Toys R Us)에 들러서 신나게 장난감 구경을 하면서 이것 저것 가지고 놀다가도 집에 갈 때 맘에 드는 장난감을 사달라고는 해도 '비싸다'고 하면 그냥 내려놓고, "돈 없어? 비싸면 안 사도 돼." 하던 종현이였다.

집이 가까와 오자 앞서서 달려가는 종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언제쯤부터 빈부의 차에 대한 개념이 생기는 것일까? 혹신 종현이는 이미 빈부의 차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순수했던지 철이 없었던지)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빈부의 차에 대한 개념을 이해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어차피 같은 동네 사는 아이들이고 생활환경이 비슷했지만 중학교 가면서부터 생활환경이 다른 아이들이 모이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또 무료교육이던 초등학교와는 달리 등록금을 내야 하고 각종 참고서, 문제집 등을 사야 하는데 누구나 쉽게 그런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또 (정확한 예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당시 유행처럼 퍼지던 '나이키'니 '프로스펙스'니 하는 소위 '메이커' 상품들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로도 빈부의 차를 가늠하곤 했었다.

아무튼 나 스스로도 물질이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나지는 못했지만 종현이가 (또 주은이도) 물질적인 측면의 빈부로 사람을 이해하고 평가하지 않고 가진 것으로 만족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나 주었으면 좋겠다.
  1. 종현이와 주은이가 다니는 프로그램은 원칙적으로는 유료프로그램인데 가구소득이 일정 기준이상이 넘지 않으면 저소득층으로 분류되어 (학생가족은 맞벌이를 하지 않는 한 이 기준 소득을 넘기 힘들어 보통 저소득층으로 분류되어) 그 자녀들은 무료로 어린이집을 다니고 대신 학교는 주정부측으로부터 보조를 받는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