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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John's Story

종현이의 한글학교 중간고사 결과

종현이가 한글학교에서도 중간고사를 봤다. (2006/12/03)

입문반이라 한글을 배우는 단계이므로 그림을 주고 그 단어의 시작 자음을 찾는 문제이다. 처음두 페이지는 두 자음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이고 나머지는 빈 칸을 주고 거기가 직접 시작 자음을 쓰는 문제이다.

시험은 한글시험인데 문제 지문은 영어로 되어있다.
"Circle the beginning sound for the picture"
"Write the beginning sound for the picture"
한글로 되어 있어도 어차피 아이들이 제대로 못 읽을테니 아마도 선생님이 그냥 영어로 읽어주었나 보다. 다른 학년도 문제의 지문이 영어로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시험결과 종현이는 100점 만점에 93점을 받았다. 틀린 문제를 보니 'ㅌ'을 좌우가 틀리게 쓴 것, 그림을 보고 무엇인지는 (영어로는) 알지만 한글로 그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틀린(예: 도토리, 달팽이) 것이었다.

시험 결과에는 그럭저럭 만족했지만 선생님의 코멘트에 종현이가 아빠의 잔소리를 좀 들어야 했다.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고, 조금 산만하고, 떠들기 좋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냥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종현이로만 알고 있었던 믿음이 틀렸음을 깨닫고 부끄러워지며 한글학교 선생님께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도 요즘 한참 말을 안 듣는 편인데 (주은이한테 잘 해 줄 때는 잘 해 주는데 괴롭힐 때는 또많이 괴롭힌다) 그냥 그려려니 하며 그래도  종현이는 부끄러움 많고 내성적인 아이로만 알고 있었다 (다들 아빠 닮았다는데 내가 그런 편이다). 그동안 어린이 집 다니면서, 혹은 현재의 미국 초등학교에서도 그런 지적은 받지 않아서 더 그랬나 보다. 그런데 더 이상 그런 종현이가 아닌가 보다. 어쩌면 그 동안 어린이집과 미국 학교의 담임선생님은 잘 해주면서도 아이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말로 혼을 내서 잘 따랐지만, 한글학교 선생님은 워낙 부드러우니까 종현이가 더 까불었나 보다.

좀 더 자주 종현이의 수업태도를 체크해 봐야 겠다. 종현이에게 무서운 선생님 말씀은 잘 듣고, 안 무서운 선생님 말씀은 잘 안 듣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면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