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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주은이네 이야기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해지는 종현이....걱정이다

종현이가 며칠 전부터 부쩍 영어를 쓰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누가 영어로 말을 걸때만 영어로 답하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엄마, 아빠가 우리말(한국어)로 이야기해도 영어로 대답하려고 한다. 한글학교 방학했다고 한글공부도 쉬고 있고,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편한 교회 형들하고 며칠 어울리더니 말의 비중이 변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킨더가튼(Kindergarten)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점점 한국말을 안하려고 한다는데 조금 걱정이 된다.

이 곳에서 초등학교 이상의  자녀가 있는 집을 보면 엄마, 아빠는 한국말로만 이야기 하는데도 아이들은 영어로만 이야기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보게 된다. 한다. 서로 다른 두 언어가 너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모습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모습이기도 하다. 설령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 시민권자라 할지라도 뿌리는 한국 사람인데 한국 말을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싶다.

어린이 집 선생님들도 아이들이 초기에는 집에서 쓰는 모국어가 아닌 언어에 익숙해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금방 적응되니까 절대 집에서는 아이들과 영어로 이야기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중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태도다. 우리 아이가 영어를 좀 한다고 신기하고 대견하다고 부모가 스스로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아이에게 한국말을 잊고 살아도 된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다. 나중에 다시 한국어를 배우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한다면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다. (영원히 한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길지 않은 미국생활이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것은 한국 사람은 아무리 (한국계) 미국시민으로 살아도 한국 사람임을 부인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지금까지 종현이는 영어보다 한국말을 잘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변해가는 종현이를 보면서 정말 한국어를 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